우리의 욕망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요? 최근 수 십년 동안 뇌 과학 연구의 발전은 욕망의 신경 기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오늘 게시물에서는 무의식에 대한 프로이트에 대해 알아보고, 인간 욕망의 과학적 원인과 뇌 연구 실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과 욕망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욕망의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는 프로이트입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여 인간의 이해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그었습니다.
인간 욕망의 과학적 원인
최근 신경정신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원하는 것(wanting)과 좋아하는 것(liking)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고 합니다. 미디어 매체의 광고가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많은 유혹을 받습니다.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는데 광고에 유도되어 구매하거나 트렌드를 쫓아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도 이런 과정으로 구매를 하게 되면 잠깐 즐기다가도 금방 시들어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신경 체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물이 음식을 찾거나 발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기대 신경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음식을 찾고 먹기 시작하면 신경의 활성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는 보상을 기대할 때가 보상을 받을 때보다 더 반응이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실험에서는 쥐에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을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쥐에게 음식을 주자 음식을 즐기는 표정이나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쥐는 여전히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직접 찾으러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은 오피오이드(opioid)입니다. 오피오이드란 엔도르핀(endorphin) 같은 내분비 물질과 모르핀(morphine) 등과 같은 합성 마약을 어우르는 말입니다. 만약 이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면 맛있는 음식을 덜 맛있게 느끼고 훨씬 적게 먹습니다. 이처럼 '욕망'이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며, 욕망을 탐색하는 그 자체가 목적인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반면 욕망과 달리 어떤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감정은 오피오이디 신경 시스템이 결정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욕망은 과연 무엇일까요?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20세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당시에 많은 논쟁을 낳았습니다. 인간은 본능 이외에도 무의식적 동기에 의해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며 그 충동이 바로 '욕망'이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당시에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여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욕망 이론은 인간 본성에 대해 일대의 혁명을 가져온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쾌락-불쾌락의 원칙(pleasure-unpleasure principle)에 대해서 주장했습니다.
욕망이란 타고난 본능과는 다른 개념으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를 가진다고 가정하며, 욕망을 무의식의 기본 단위로 생각하였습니다. 무의식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려는 압력이 있고, 본능적인 소망은 모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쾌락을 추구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의식에서 만족하지 못한 욕망이 해소되지 못하면 나중에 신경증이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우리의 정신건강에 욕망의 적절한 조절과 해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욕망은 삶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욕망이 충족되어도 만족되지 못해서 항상 결핍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욕망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프로이트의 무의식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창시자이며 인간을 무의식적 존재로 파악하고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무의식에 초점을 둡니다. 프로이트가 활동하던 19세기말 무렵에는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없었습니다. 그는 많은 환자들이 신체와 행동이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과정에 지배되는 고통을 겪는 것을 보았습니다. 현대 과학에서는 무의식적 활동의 대부분은 뇌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알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이트는 환자들의 구술을 통해서 구조물과 체계를 파악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산물이 곧 삼원구조 이론이나 방어기제와 같은 이론들입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의식, 전의식, 무의식의 구조로 구성됩니다. 의식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식이며 전의식은 현재 의식 상태에는 없지만 계속해서 의식하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 언제든 불러낼 수 있는 의식입니다. 무의식은 의식 범위의 밖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혀 의식할 수 없는 것이며 억압되거나 금지되는 충동과 욕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의식은 수면 위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며 무의식은 수면 아래 숨어 있는 거대한 빙산으로 비유합니다. 이는 의식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것은 아주 작은 요소뿐이고 대부분은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무의식이 인간의 사고, 정서와 행동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무의식 결정론을 주장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충동과 본능을 만족시키려고 하는데, 태어나고 자라면서 인위적으로 억압되면서 무의식이 만들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사회적응 과정에서 도덕이나 법규에 의해 지나치게 억압되면 여러 심리적 문제와 비정상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출생부터 만 5~6세의 환경과 경험을 중시했습니다. 유아 시기에 경험하는 심리적인 사건들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사춘기 이후의 개인의 성격과 행동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행동은 타고난 본능의 영향을 받지만 종종 사회적 억압으로 인해 무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쾌락원리(pleasure principle)와 현실원리(reality principle)에 대해 말했습니다. 쾌락 원리는 고통이나 불쾌한 경험은 피하고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충동을 따르는 것입니다. 현실원리는 현실 가능한 것에 대한 균형을 맞추며 적절한 시기와 상황이 올 때까지 욕구와 충족을 지연시키는 원리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쾌락 원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당장 하고 싶어 하며,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현실원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과 가능한 것의 균형을 맞추고, 적정 시기가 올 때까지 당장의 쾌락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제하는 인격의 성격에는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세 체계로 구성됩니다.
원초아는 무의식 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신체의 생물학적 본질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본능과 욕구가 있습니다. 자아는 외부의 현실 세계에 가장 가깝게 접해 있습니다. 자아는 판단력과 분별력을 지니면서 원초아(이드)를 통제하고 자신을 조절합니다. 초자아는 자아로부터 발달하며 사회의 이상, 가치, 도덕을 대표합니다. 초자아는 부모 및 사회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발달된 양심 혹은 도덕기준에 의해서 지배됩니다.
프로이트의 이러한 무의식 이론은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으며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다만 인간의 욕망을 지나치게 강조하였고 이상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이간을 무의식에 의해 지배되는 수동적 존재로 보았다는 한계를 지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이론은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임상심리학, 성격심리학, 상담심리학,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교육학, 법학, 육아법 등 광범위한 영역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욕망에 관한 뇌과학 연구실험
1953년 캐나다 맥길 대학의 뇌과학자 올즈(J. Olds)와 밀너(P. Milner)는 실험동물들에게 자발적으로 전기 자극 추구를 유도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험은 동기와 충동의 근원을 밝혀내는 획기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실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구자들은 발판을 만들어 쥐가 밟으면 뇌에 전기 자극이 가해지도록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자극이 가해지는 뇌의 부위를 다르게 하여 계속해서 실험했습니다. 모든 쥐들이 처음에는 우연히 발판을 밟았습니다. 뇌에 자극을 밟고 놀란 몇몇 쥐들은 발판 근처에 가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쥐는 처음에는 우연히 발판을 눌렀지만 곧 반복해서 발판을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쥐는 발판을 누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너무 열중한 나머지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쉬지 않고 발판을 누르던 쥐는 결국 지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뇌에서 쾌감을 느끼는 부위인 쾌락중추(pleasure center)를 찾아냈습니다. 연구자들은 전기 자극으로 인해 쾌감을 느낀 쥐가 또다시 쾌감을 얻기 위해 스스로 발판을 누르는 이 행동을 '보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쥐는 스스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발판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위를 보상-강화(reward-reinforcement) 시스템이라 불렀습니다.
1970년대에는 이 보상-강화회로가 뇌의 중뇌와 앞뇌의 내측에 걸쳐서 전반적으로 뇌의 많은 넓은 영역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들 경로는 모두 뇌의 가운데 부분에 있습니다. 또한 이 회로의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 수의학과의 신경생물하자 야크 판크세프(Jaak Panksepp)는 실험 쥐의 중뇌의 배 쪽 덮개 영역을 자극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 부분을 자극하자 쥐는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먹이를 찾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또한 이 시스템을 자극하면 먹고 마시는 행동이 조금씩 변화하는 현상이 보였습니다. 이것을 통해 뇌의 이 부위가 욕망과 관련된 뇌 조직이 있임을 밝혀냈습니다.
야크박사는 이 시스템을 탐색/기대(seeking/expectancy) 시스템이라고 불렀고, 프로이트의 동기-욕망과 일치함으로 욕망 시스템이라고도 하였습니다. 런던 대학의 신경정신분석학자인 마크 솜스는 프로이트가 심리학으로 찾아낸 것을 판크세프가 신경과학자로서 발견하였다고 했습니다. 이 탐색/기대 시스템은 인간이 가지는 기대, 욕망의 근원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것과 지적인 영역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느끼는 위협과 위험을 긍정적인 감정을 통해 극복합니다.
이 시스템은 욕구 행동을 담당하지만, 이와 동시에 일상의 것들을 흥미로운 추구 대상으로 만들어 추상적이고 창의적인 논리 체계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의 기능이 떨어지면 의욕이 사라져서 권태와 우울감이 올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조증이나 우울증이 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판크세프는 감정을 만드는 뇌의 신경구조를 밝혀냈습니다. 이전에는 포유류가 느끼는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몰랐습니다. 또한 감정이란 외부에서 전달되는 감각을 대뇌 겉질에서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뇌간 깊숙한 곳에 감정의 신경핵이 선천적으로 존재하며 탐색, 공포, 불안, 분노, 성욕, 돌보기, 놀기(seek, fear, anxiety/panic, rage, lust, care, play)를 느낀다고 하였습니다. 앞서 말한 탐색/기대 시스템 또한 이 7가지 감정 중에 하나입니다. 이 7가지 감정은 1차 감정이고, 이는 출생 후에 감정 학습과 인지 발달에 의해서 2차, 3차 감정으로 발전됩니다. 실체가 보이지 않던 감정에 대해서 뇌과학이 증명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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