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요인을 원인으로 보았던 과거와는 다르게 뇌과학이 발전되면서 트라우마의 원인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뇌과학적 근거로 보는 트라우마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두엽과 편도체에 대해 알면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트라우마의 종류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뇌과학으로 보는 트라우마의 원인
트라우마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의 뇌가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스트레스는 코티놀과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을 유발하는 교감 신경계에 의해 제어됩니다. 우리가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면 심박수가 증가하거나 식은땀이 나는 것과 같이 신체적으로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몸의 반응은 신체가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생존에 있어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반복적으로 또는 장기간으로 활성화가 되면 외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주요 뇌 영역 중 하나는 편도체입니다. 편도체는 두려움과 위협을 감지하고 이것을 대응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면, 이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편도체가 활성화됩니다. 실제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의 편도체는 일반 사람의 편도체보다 더욱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이 발견됩니다.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가 되면, 잠재적인 위협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집니다. 결국 과잉 경계, 불안 및 두려움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있는 사람에게도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또 다른 주요 뇌 영역은 전두엽피질입니다. 전두엽피질은 의사 결정, 감정 조절, 충동 제어와 같은 실행 기능을 담당합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의 전두엽 피질은 활성화가 덜 됩니다. 따라서 감정 조절 및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예민한 반응, 심한 감정 기복 등과 같은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라우마는 도파민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즐거움을 느낄 때 나오는 신경 전달 물질입니다. 이러한 신경 전달 물질에 변화가 오는 것은 우리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동기 부여가 감소되어 의욕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트라우마는 전전두엽에 있는 기억 세포에 저장되면서 뇌에 영구적으로 저장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실험을 통해 실험 쥐가 트라우마를 경험할 때, 전전두엽에 있는 전체 신경세포 중 5%가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 신경 세포는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것을 다시 회상할 때 마치 그 사건을 경험하는 것처럼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이 신경 세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강화되는 것을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 신경 세포를 '기억 세포'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들이 실험쥐의 기억 세포를 의도적으로 억제하자, 실험쥐는 전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회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그다음으로 실험쥐에게 전기 충격 없이 공포와 연관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을 시켰습니다. 그러자 실험쥐는 공포 반응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때 전전두엽의 기억세포가 다시 약화되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음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트라우마로 인해 강화된 전전두엽의 기억 세포를 치료적 목적으로 약화시킨다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라우마의 종류
우리 일상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아지면서 현대 사회에서 트라우마는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트라우마의 종류에 관해서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트라우마의 종류와 관련된 정보와 함께 정확한 정의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큰 트라우마(Big Trauma)입니다. 이것은 개인이 겪은 공포의 크기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큰 사건이나 국가적 재난과 같은 큰 사건이 개인의 존재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뜻합니다.
두 번째는 작은 트라우마(Small Trauma)입니다. 이것은 일상의 경험 속에서 자신감이나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자아가 만들어지는 어린 사춘기 시절에 '너는 너무 뚱뚱해', 혹은 '너는 너무 못생겼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상처를 받고 자존감이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상처가 가슴 깊숙이 남아서 성인이 될 때까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친구들에게 심한 놀림을 받은 경우도 여기에 속합니다.
세 번째는 단일 트라우마입니다. 단일 트라우마는 트라우마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회성으로 일어난 경우입니다. 보통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해당되며 인생이 크게 뒤흔들릴 정도의 하나의 강한 사건입니다. 한 번의 짧은 경험이라도 감정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복합성 트라우마입니다. 단일 트라우마와는 달리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에 속합니다. 복합적인 심리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나 선생님, 주변 어른들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거나,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받은 등 어떠한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복합적인 트라우마가 발생합니다. 복합성 트라우마는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증상들이 견고해지면서 성격처럼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트라우마는 신체적,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이나 지속된 상태를 뜻합니다. 따라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트라우마 자체가 '질환'이 되지는 않습니다. 트라우마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에 심리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올 수 있습니다. PTSD는 트라우마와 다르게 임상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증상으로는 공황 발작, 환청, 우울증,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이 있습니다. 심한 외상을 겪었을 경우 해리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트라우마 치료법
최근에는 뇌기반 트라우마 치료법인 '브레인스포팅'에 대한 워크숍이 개최되기도 하였습니다. 본 워크숍에는 트라우마 치료에 관심이 있는 상담 및 심리 전문가, 보건의료 전문가, 상담 교사, 한의사 등 약 200여 명의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하였습니다.
'브레인스포팅'이란 뇌과학에 기반해 개발된 심리치료기법으로, 환자의 시선을 특정 부분에 고정시켜서 심리적 문제를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기법입니다. 기존의 심리요법과 결합하여 다양한 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활용 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참여자들은 브레인스포팅 치료법이 의료, 교육 등 여러 현장에 적용하여 한국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참여자들은 책으로 보았던 이론들을 직접 체험하고 적용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한 참여자는 비언어적으로 조율하는 치료사의 자세와 마음을 통해 같은 치료사로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상담선생님인 다른 참여자는 워크숍을 통해 배운 브레인스포팅을 통해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할 때 다양한 트라우마를 가진 학생들이나 상담할 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브레인스포팅을 배우면서 인간의 두뇌를 포함한 우리의 몸이 알면 알수록 신비롭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워크숍의 한 책임자는 브레인스포팅은 환자와 치료사의 유대관계가 중요한 치유기법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식 훈련을 통해 온전히 경험 한 이후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트라우마 치료법에 대해서는 베셀 반 데어 콜크가 쓴 <몸은 기억한다>라는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트라우마 연구의 권위자이자 치료의 개척자로서 30년 이상 트라우마에 대해서 연구해 왔습니다. 이전에는 트라우마가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콜트는 트라우마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에 의해서도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라우마 환자들의 원인이 가해자에게 있든 자기에게 있든 상관없이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점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어떤 환자들의 뇌를 스캔해 보면, 전전두엽 피질에 아무런 활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보입니다. 콜크는 이에 대해서 두려움을 대처하기 위해 뇌 영역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법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끔찍한 기억을 차단하기 위해 몸의 감각 자체를 차단시켜 버린 것입니다. 콜크는 이를 위한 치료법으로 뇌 회로의 재연결과 타인과의 관계를 재연결하는 방법으로 찾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 요가, 마사지, 연극 등 몸을 즐겁게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있습니다. 이는 트라우마 치료에서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신체 회로를 재연결하는 치유기법의 대표적인 예는 '안구 운동에 의한 기억재처리(EMDR)과 '뉴트로피드백'기법이 있습니다.
뇌는 어떠한 정서적 혼란을 겪더라도 이를 회복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빠른 안구 운동이 벌어지는 수면(렘수면)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안구운동 기법은 잠자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깨어 있는 동안 재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기법은 약물 치료보다도 효과가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트로피드백은 타인과 직접 마주 보고 대화하며 상대의 얼굴을 펴다보고 반응하는 원리를 이용한 뇌파신경 치료입니다.
책 <몸은 기억한다>는 콜크가 의과대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공부와 치료 이력을 진솔하게 기록한 정신과 의사의 초상이자, 세계정신의학과 심리학계의 트라우마 연구와 치료의 새 발견을 역사적으로 조망하고 그 한계와 혁신을 드러내는 종합보고서입니다. 치료자와 환자는 물론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 상처와 기억의 행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이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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